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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선영

국내 최초, 최장수 주택종합월간지 <주택저널>에 15년째 몸담고 있는 취재 기자다. 전국의 다양한 주거현장을 누비고 다니며 집과 라이프스타일의 관계성을 목격해 왔다. 그러면서 최근 관심이 증폭되고 있는 상가주택 취재를 통해 상가주택이 지닌 여러 가지 가능성에 주목하게 되었다. 건물 하나에 단독주택 못지않은 살림집과 일터, 카페, 오피스, 임대가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할 수 있는 상가주택은 100세 시대 노후 대비가 가능한 집이라고 말한다. KBS1 라디오 <생방송 토요일 아침입니다> ‘전원생활 가이드’ 코너에 고정 출연 중이며, 지은 책으로는 《몸과 마음이 행복한 펜션부자들》 《성공하는 도시형생활주택 실전사례집》 등이 있다. 

 

 

홍만식

리슈(RICH Urban Environment) 건축사사무소 소장을 역임하고 있으며, 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부 겸임교수로 출강 중이다. 소통을 중시하는 건축가로, 좋은 기획이 있어야 좋은 디자인이 나온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설계자를 넘어 조정자의 역할까지도 자처해왔다. ‘집 지으면 10년 늙는다’는 관행을 깨고 건축주들에게 ‘집 짓는 일은 즐겁다’는 경험을 안겨주기로 유명하며, 수년째 집짓기 동호회 ‘리슈건축이야기’(blog.naver.com/richuehong2)를 운영 중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서울 상도동 반달집과 동교동 UFO 등 독특한 디자인의 상가주택을 많이 지어 유명세를 타고 있다. 2013년 대한민국 신인건축사 대상 최우수상과 2014년 전라북도 건축문화상 최우수상(주거 부문)을 수상했다.

 

 

사진 김재윤 왕규태

 

 



프롤로그 | 살면서 돈 버는 집, 상가주택에서 행복을 찾다

프롤로그

:

살면서 돈 버는 집, 상가주택에서 행복을 찾다

 

 

다양성의 시대다. 집도 그렇다. 아파트 일변도에서 단독주택으로, 타운하우스로, 그 관심이 확대되며 다양한 선택이 이뤄지고 있다. 이중 어느 집이 더 낫다고 단순하게 평가하기 어렵다. 그보다는 당신이 어느 집을 선택하는가가 지금은 더 중요하다. 집을 통해 당신의 꿈을 실현하길 원한다면 말이다.

상가주택도 그 다양성의 한가운데 놓여있다. 70년대 서울에서 태어난 필자는 상가주택을 생각하면, 1층에 슈퍼가 딸린 2~3층집 풍경이 떠오른다. 네모반듯한 직육면체 건물이 단조로워 보이고 단독주택처럼 아름다운 마당이 없긴 했어도 동네에선 ‘제법 사는 집’에 꼽혔다. 왜냐면, 주인이 건물에 살면서 직접 슈퍼를 운영하거나 또는 임대를 해서 월세를 받았기 때문이다.

최근 베이비부머 세대를 중심으로 일고 있는 상가주택 열풍의 배경은 바로 이 ‘살면서 돈 버는 집’에 대한 기대감이 아닐까 싶다. 과거에는 살면 살수록 돈을 벌어다 주는 역할을 아파트가 담당했다. 그러나 더 이상 아파트의 재산상 가치를 보장받기 힘든 시기가 왔으니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더군다나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은 높고 현금 비중은 적은 베이비부머 세대는 노후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출구를 찾아야만 했다. 그 와중에 신도시에 대량 포진되어 있던 상가주택을 지을 수 있는 용지(점포겸용단독주택지)가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상가주택은 집주인이 직접 살면서 1층 상가와 일부 임대세대를 통해 월세를 받을 수 있는 구조다. 베이비부머 세대 입장에서는 상가주택 한 채로, 노후에 거주할 집과 노후의 생활자금이 동시에 마련되니 속이 후련하다.

실제 신도시를 중심으로 급속도로 퍼져나가고 있는 상가주택은 전세 희귀 현상과 맞물려서 짓는 즉시 임대차계약이 성사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지금도 전세가가 높은 지역에서는 전세보증금만으로 건축비를 충당하는 상가주택을 목격할 수 있다. 대도시보다 다소 땅값이 낮은 신도시의 경우에는 토지비용만 마련할 수 있다면 접근이 한결 쉬워졌다. 먼저 살던 집을 팔아 토지비용을 대고, 전세보증금으로 건축비를 충당하고, 1층 상가에서 월세를 받아서 생활자금으로 쓰고, 남은 돈은 저축할 수 있다. 이처럼 경기도권 신도시에서 시작된 상가주택 건설 바람이 지금은 지방의 혁신도시와 택지개발지구, 서울이나 부산 등 대도시의 구도심으로 불어가고 있다.

 

어느덧 상가주택은 무한 가능성을 내포한 집이 되었다. 단순히 ‘살면서 돈 버는 집’의 개념을 뛰어넘어 여러 형태의 라이프스타일을 담는 집이 되어가고 있다.

어떤 건축주는 1층 상가에 자신이 직접 창업을 하거나 이전의 일터를 옮겨오기도 한다. 집과 일터가 하나로 묶이자 삶의 질이 달라짐을 경험한다. 1부에서 등장하는 상도동 반달집 얘기다. 제례음식사업을 해온 반달집 부부는 사업장과 집이 결합된 상가주택을 지으면서 연간 4000만원씩 나가던 임대료만 절약한 게 아니다. 사업장 바로 위층에 마련한 부부의 집에 치유실을 두고 일하는 틈틈이 활용하며 건강도 되찾을 수 있었다.

한 해 토지세에 불과한 쥐꼬리만 한 월세를 받아오던 낡은 구옥을 헐고 다시 지어, 3개의 미니 상가와 2개의 사무실, 10개의 원룸을 두루 갖춘 상가주택을 얻게 된 40대 부부가 있다. 동시에 최상층에는 부부의 꿈을 담은 주인세대를 실현했다. 이 책에 실린 망원동 모퉁이집 부부의 사연이다. 토지를 보유하고 있었기에 부부의 개발이익을 따지자면 수십 퍼센트에 달한다. 그러나 수익률보다 부부를 더 감동시킨 것은 평소 남편이 꿈꾸던 취미를 구현할 수 있는 옥상이 생겼다는 점과, 생애 주기에 맞춰 변경해가며 사용할 수 있는 집을 얻었다는 점이다. 부부는 대학생인 두 아들이 군대에 갈 것에 대비해 주인세대로 사용하는 4~5층 가운데 두 아들이 사용하던 5층을 온전히 임대할 수 있도록 욕실과 주방설비를 갖춰 두는 지혜를 발휘했다.

칠순 부모의 노후생활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상가주택 짓기에 도전한 효심의 딸도 있다. 시대 변화에 발맞춰 신축한 이웃 건물에 둘러싸여 존재조차 인지하기 힘들었던 노부모의 집은, 누구라도 가던 길을 되돌아와 들여다볼 정도로 특별한 집으로 태어났다. 오죽하면 ‘UFO’라는 집 이름에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일까. 집이 위치한 서울 동교동의 트렌드를 반영한 노출콘크리트 사무실도 그렇거니와, 최상층에 개별 마당이 있는 복층세대를 두어 지역 최고의 보증금을 받은 것도 차별화 전략이었다. 결과적으로 노부모의 생활자금은 물론, 딸의 투자금까지도 수월하게 회수할 수 있었다.

오로지 가족의 행복을 좇아 상가주택을 지은 젊은 교사 부부도 있다. 아파트에서 삼형제를 키우며 층간소음 걱정에 시달리던 아내는 퇴근 후 아이들을 데리고 집밖을 전전하기 일쑤였다. 아이들이 지칠 즈음이 되어서야 발소리를 죽여가며 아파트로 들어서던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아린다. 부부는 세 아이가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주택을 지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런 일념으로 찾은 땅에 살 집과 함께, 상가와 임대세대를 마련했다. 건물 최상층에 자리 잡은 부부의 집은 마치 단독주택을 옮겨 놓은 것처럼 변화무쌍하다. 튜브수영장을 설치한 넓은 발코니마당에서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으며, 공중 부양하듯 독특하게 만든 다락방은 삼형제가 번갈아 오르는 아지트가 되었다. 주방과 연결된 너른 평상에 마주 앉은 부부는 자유롭게 뛰어노는 삼형제를 바라보며 행복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이 책을 쓰고자 결심한 이유는 이들에게 있다. 이들처럼, 우리도 상가주택을 짓고 행복할 수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어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수익률’이라는 공식 풀이에만 얽매여서 정작 중요한 행복을 놓치는 건축주가 너무도 많다. 상가주택에 주인이 산다면? 그 가족의 삶을 담는 그릇이 되어주는 건축을 해야 한다. 누군가 잠시 들어와 사는 공간이 있다면? 마찬가지로 그들에게도 안락한 보금자리가 되어주는 건축이 필요하다. 상가는 어떨까? 이 역시 상권을 제대로 분석하고 공간 전략을 잘 세워서 상가 세입자들이 적정 임대료를 지불하도록 도와야 한다. 그렇게 하면 그 집에 사는 모두가 만족할 수 있고, 집주인에게 임대료가 안정적으로 들어올 수 있고, 수익도 저절로 따라오게 된다. 수익성과 행복이 공존하는 상가주택을 만드는 원리는 이 책의 2부에서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그렇다면 행복한 건물주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행복한 집짓기’에 관심이 많은 건축가의 여러 해에 걸친 시행착오와 경험을 토대로 건축주들이 꼭 알아야 할 이야기를 3부에 풀어놓았다. 상가주택은 일반적인 단독주택을 짓는 것과 대동소이한 부분이 있지만 상당히 다른 부분도 많다. 나 혼자 사는 집이 아니라, 여럿이 함께 살거나, 혹은 장사를 하거나 일을 하는 공간도 겸하는 복합건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더욱 설계자나 시공자 같은 전문가의 조력이 중요하다. 자신의 위시리스트를 정확히 알고 전문가와의 소통에 적극적인 건축주일수록 행복한 상가주택 짓기에 가까이 다가갈 확률이 높다.

책을 통해 건축주들의 생생한 육성과 건축가의 농축된 가이드를 함께 제공하고자 애썼다. 이 책이 행복한 상가주택 짓기 리포트가 되어 건물주가 되기를 꿈꾸는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길 바란다.

그리고 언젠가는, 당신도 행복한 건물주가 되시길 응원한다.

 

 

2016년 4월 5일

구선영, 홍만식


PART 1 그들은 어떻게 상가주택을 지었을까?


1. 1석 5조, 집에 실용을 담다 : 망원동 모퉁이집



 

 

 

 

“10년 뒤 생활 계획까지 집에 반영했어요”

 

“다락방에 올라가면 그 끝에 문이 하나 있어요.”

천장에 숨어 있는 접이식 간이계단을 잡아 내려서 살금살금 발 딛고 올라선 다락방. 방 끝에 난 문을 열고 나가면 넓은 테라스가 펼쳐진다. 아내 임민영(47) 씨의 계획은 거기다 조그만 오두막을 지어 놓고 계절하우스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아주 춥고 더울 때를 제외하면 가능해요.”

지상으로부터 15미터쯤 올라앉은 옥상은 한강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거나 맑고 어두운 밤엔 별을 감상할 수 있는 꽤나 낭만적인 공간이다. 그곳에 들풀이나 야생화를 키우기 위해 자동으로 물을 주는 시설도 설치하겠단다.

“나는 거기서 도시 양봉을 할 겁니다.”

남편 전승환(48) 씨는 벌을 키우고 싶다. 건축가는 남편이 언젠가는 양봉하는 남자의 꿈을 이룰 수 있게 기꺼이 기초 작업을 해주었다.

10년 뒤 집을 어떻게 쓰겠다는 계획까지 설계에 반영해서 밑 작업을 해놓았다는 중년 부부, 여유와 지혜가 느껴진다.

“인생의 라이프스타일도 주기가 있듯이 집도 살면서 조금씩 바꾸게 되니까요. 미리 대비하는 거죠.”

 

 

58평 땅에 건축한
1석 5조 ‘종합선물세트’

 

2012년 5월, 망원동 모퉁이집에 입주한 전승환·임민영 부부는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했다. 아내는 게스트하우스의 주인장으로, 남편은 도시의 양봉업자로 금방이라도 변신할 태세다.

부부에게 이 집은 결혼 20여년 만에 얻은 종합선물세트 같은 존재다. 부부가 함께 사무실을 운영하며 두 아이를 키워 온 젊은 세월을 보상하듯, 망원동 모퉁이집은 부부가 살아오면서 아쉬웠고 갈망했던 구석들을 속속 해결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지하 1층부터 최상층인 5층, 그리고 다락방에 이르기까지. 건물 안에는 다채로운 공간이 아기자기하게 들어차 있다. 지하층에 만든 사무실(2실) 가운데 한 곳은 부부의 사무실로 사용 중이고, 나머지 한 곳은 임대 중이다.

 

 

1층에는 모퉁이를 따라 길게 상가가 배치되어 있고 한쪽에 주차장과 건물 출입구가 있다. 모퉁이 땅이라 도로와 접한 면이 넓다는 이점이 돋보인다. 그런데 상가는 모두 3개로 작게 쪼개져 있다. 이 또한 이유가 있는 분할이라는 점을 글을 읽어가며 차차 알게 될 것이다.

2~3층에는 원룸 10세대가 포진되어 있고, 4~5층에는 주인세대인 부부와 두 아들이 거주 중이다.

상가와 오피스, 임대주택과 주인세대를 결합한 이 다채로운 용도의 복합건물이 들어선 땅의 규모는 193㎡(58평)에 불과하다. 지하부터 지상 5층까지 합산한 건축연면적은 483㎡(145평)으로, 이 집은 대한민국 도심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중소규모 주택에 속한다.

부부는 어떻게 이 종합선물세트 같은 상가주택을 짓게 된 것인지, 집을 들여다볼수록 부부의 속내가 궁금해진다.

 

남편 이 터에 오래 살았어요. 지은 지 30년쯤 된 이층집이었는데 너무 낡아 불편했죠. 집을 팔고 다른 동네 가서 단독주택을 짓고 살까도 생각했는데, 집이 팔리지 않더라고요. 5~6년 전만 해도 서울에서 망원동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동네였으니까요.

아내 일도 하고 잠도 자고 수익도 나는 집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늘 있었죠. 남편과 같이 사무실을 운영하는데, 밑으로 내려가면 사무실이 있고, 위에는 살림공간이 있는 그런 집이 절실히 필요했어요.

남편 이사도 가기 힘들고 아예 우리가 원하는 대로 짓고 살자고 마음먹은 거죠. 여기다 5층 건물 짓겠다고 하니까 주변에서 다들 말렸어요. 망하려고 그러느냐, 건물 짓다 잘못하면 죽는다고까지 하면서.

아내 집 지어도 될지 정말 고민이 많았죠. 우리 부모님도 집 짓고 사셨거든요. 집 짓고 병나고, 다시 집 짓고, 또다시 병나고 했던 기억이 있어요. 그래서 홍 소장을 찾아가서 고민을 털어 놓았죠. 그분이 작성한 사업분석표를 보고 나서야 집 지어도 되겠다는 확신이 생겼어요.

기자 확신을 준 결정적 요인이 궁금하네요.

남편 결정적인 건 소장님으로부터 ‘고시원 허가’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부터였어요. 사실 도심지 땅에 집을 지을 때 가장 큰 문제가 주차장이거든요. 땅 크기가 작아서 건축법이 요구하는 주차 대수를 충족시키고 나면 1층이 거의 필로티가 되어버려요. 자연히 상가 임대도 어려워지고 수익성이 나오지 않죠. 그런데 원룸을 고시원으로 허가받으면 주차대수가 줄어들고 상가도 살릴 수 있어서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더라고요.

건축가 고시원에 대해 잘 모르는 건축주가 많아요. 고시원은 집 안에서 취사를 원하지 않고 대신 월세비용을 적게 내려는 젊은층이 수요자가 되죠. 망원동은 홍대와 가깝고 교통여건이 좋아서 굳이 차를 운행하지 않아도 사통팔달이거든요. 수요가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기자 세 분이 만나서 모퉁이집을 계획한 게 2011년 얘기잖아요. 벌써 여러 해가 흘렀어요. 그 때만 해도 이렇게 주거와 상가를 결합한 형태의 상가주택이나, 벤치마킹을 할 만한 주택 모델이 거의 없었죠?

아내 우린 남들이 말릴 때 일찍 시작해서 안정기에 들어왔다고 봐요.

건축가 저로서도 이 집이 상가주택 처녀작이에요. 기존에 보았던 도심주택이라고 하면 점포주택, 빌라, 뭐 이 정도죠. 그래서 첫 집을 어떻게 풀어낼까 고민이 참 많았어요. 부부는 처음에 이 집을 팔고 다른 데 가서 단독주택을 지어서 살고 싶다는 얘기를 했어요. 그래서 “내가 건물 위에 당신들이 살고 싶어하는 단독주택을 올려주겠다”고 장담하고 나서야 상가주택 설계가 시작된 겁니다.

 

살림집과 일터, 수익이 모두 충족하는 상가주택을 짓고 싶었던 부부와, 주거와 수익이 보장되는 새로운 상가주택의 모델을 만들어보고 싶었던 건축가, 이 세 사람의 만남은 새로운 표정의 ‘도심 살림집’을 탄생시켰다.

건축가는 건물 상층부에 올라가는 주인세대의 형태를 단독주택처럼 만들면 상가주택의 얼굴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 판단은 적중했다.

이 부부는 이미 땅을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개발 수익이 높을 수밖에 없다. 건축가가 사업기획 당시 예상한 수익률이 13%가 넘어섰다. 그 정도 수익률이라면, 건물 상층부에 얼마든지 원하는 주거 타입을 만들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임대를 목적으로 하는 지하~3층까지는 단순한 입면을 갖는다. 주인세대가 위치한 4~5층은 사방에 테라스를 배치해 건물을 입체적으로 만들고 있다. 사각박스처럼 들어서는 이웃 주택들과 달리 여유와 멋스러움이 깃든 부부의 집은 어느덧 망원동 거리의 이정표가 되었다.

 

 

상가주택이라고
집을 양보하지 않았다

 

건축가가 장담한, 상가주택 속 단독주택은 어떤 모습일까. 4~5층에 걸쳐 있는 주인세대를 본격적으로 둘러보자. 뜯어볼수록 일반적인 집에서 볼 수 없는 공간들이 끊임없이 쏟아진다. 우선 현관부터가 독특하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에 당도, 현관문을 열자마자 정면에 거실이 펼쳐지는데 오른편에 곧장 계단실이 시작된다. 뭔가 분리된 이 느낌. 흠, 이쯤 되면 무슨 계산이 숨어 있는 거다.

 

아내 내년에 대학생인 큰아이가 군대 가고 작은아이는 대학을 가요. 그때 가서 우리 둘이 위 아래층을 다 쓸 필요 없으니 위층은 임대를 주어야겠다, 그런 계획으로 층마다 화장실 두고, 주방시설도 쓸 수 있게 했어요.

남편 나중에 공동현관으로 써야 할 때 불편하지 않도록 위층으로 올라가는 별도의 문이 달릴 위치까지 생각해서 공간을 잡았어요. 신발장도 2개를 두어서 세대 분리에 대비했고요.

 

 

아내 아래층(4층)에는 안방과 거실, 주방, 화장실이 있어요. 위층(5층)에는 방 2개와 거실, 테라스, 화장실, 미니주방에 다락층까지 딸려 있고요. 집 위에 또 다른 집 한 채가 얹혀 있는 셈이죠. 위층에 1인 가구는 물론이고 신혼부부도 살기에 충분해요.

남편 길게 보고 설계한 집이에요. 입주하고 나서 전혀 뜯어 고친 데가 없답니다.

건축가 기획설계만 두 달 정도 했으니까 긴 시간이었죠. 설계는 총 3단계로 구분할 수 있는데 기획설계가 첫 단추나 다름없어요. 이 시기에 건축주 의견을 반영해서 변동 과정을 충분히 거치는 거죠. 그러고 나면 두 번째, 세 번째 설계 단계에서는 좀 더 세밀한 곳까지 신경 쓸 수 있어서 결과적으로 건축주들의 만족감이 높아져요.

남편 우리가 요청 사항이 많았어요.

아내 큰 욕심은 없었는데 우리가 살기에 좋은 집이어야 한다는 입장만은 분명했죠. 그러고 나서 예뻐야 하고요.

남편 (아내에게) 그게 큰 욕심이지 뭐.

아내 보기엔 예쁜데 살기 불편한 집은 안 된다는 거죠.

기자 굉장히 실용적이면서 10년 후 20년 후까지 생각한 집이네요.

아내 평생 자기 집 짓는 일,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인데 10년 후, 20년 후를 반드시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요.

남편 사실 집을 토대로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았어요. 하지만 공간이 허락하는 건 한계가 있잖아요. 그래도 거의 다 했어요. 화초도 키우고 아이들과 캠핑할 공간도 마련하고…. 이제 양봉만 하면 돼. (일동 웃음)

아내 시행사에 주방 도면을 줄 때, 주방 사이즈와 가전기기 몇 개 쓸 거니까 콘센트 위치까지 지정했어요. 콘센트가 있을 위치에 콘센트가 딱 있게. 선 정리를 깔끔하게 할 수 있게요.

남편 전자제품 사용기한을 다 조사해서 앞으로 몇 년 쓸 수 있으니까 케이스 만들어도 되겠다, 이런 식으로 주방가구를 맞췄어요. 그렇게까지 한 줄은 당신도 몰랐지?

 

아래층 25평, 위층 10여 평. 35평짜리 단독주택이 상가주택 4~5층에 배치되어 있다. 그런데 두 집은 분리세대로 사용할 수 있다. 층마다 한 세대가 사는 데 필요한 방, 주방, 거실, 욕실, 테라스와 같은 기능을 모두 충족시켜 놓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집은 좁게 느껴지지 않는다. 체감 면적이 훨씬 넓다는 이 느낌은 무엇 때문일까.

이 집은 단순한 듯하지만, 뜯어보면 공간이 다채롭다. 방방마다 모두 테라스가 달려 있어서 다채로운 느낌을 가중시킨다. 법이 허용하는 테라스를 모두 확장해서 실내로 접수해버리는 요즘 식의 집과는 판이하다.

 

아내 테라스 확장도 안 하고 새시 설치도 안 했어요. 왜냐면 테라스가 있어서 밖에서 책도 보고 햇볕도 쬐고 화분에 물도 주고 이런 기쁨이 커요. 집이 좁은 건 가구를 줄이면 되거든요.

남편 무엇보다도 건물도 숨을 쉬어야 하는데 필터역할 하는 공간을 모두 떼어내 버리니까 한겨울엔 춥고 한여름엔 덥고 환기 안 되고, 종합적인 문제가 발생해요.

아내 우리에게 좋은 집이 어떤 집이에요, 하고 물어오면 설명하기 복잡하잖아요. “그건 모르겠고, 일단 꽃이나 식물 키우기 좋은 집이 제일이야.” 이렇게 답해요. 아파트 확장한 집은 식물 성장이 잘 안돼요. 그런 집은 사람이 살기에도 안 좋아요. 어떤 집에 갔는데 그 집에 나무나 이런 게 잘 크고 싱그럽다면 그게 사람한테 좋은 집이에요. 그런 집을 사서 조금만 나한테 맞게 손을 대서 살면 그런 집이 좋은 집이 아닐까요.

기자 이제 보니 베란다에 화분이 많네요?

아내 다육이 키워요.

 

남편 다 동면하는 애들이라, 밖에 두고 덮어두면 돼요.

건축가 안방과 거실에 붙어 있는 테라스는 2평 남짓한 크기예요.

기자 이 건물에서 허파 같은 곳이네요.

건축가 위층 큰애 방에서 내려다보이기도 하고, 동네 길에서도 살짝 보여요. 안방에서도 보이고요.

남편 저녁때 되면 제가 승민이와 재민이를 테라스로 불러들여요. 자연스럽게 대화가 되는 분위기여서, 자주 애용하는 장소랍니다.

아내 안방 발코니엔 모두 바라보고 즐거워할 애들이 있죠. 뒤쪽 발코니에는 우리가 길러서 먹을 애들이 있고요. 요즘은 상추랑 미나리 뜯어먹는 재미가 좋네요. 여기가 빛이 잘 들고 바람이 잘 불어서 잘 자라거든요.

남편 테라스가 많고 시야가 트여 있는 집은 장점이 많아요. 우리 집은 특히 한강 바람이 잘 들어오는 구조예요. 맞통풍이 되도록 설계했거든요. 여름에 선풍기밖에 안 켜요. 저희 건물 자체가 들어오면 시원하답니다.

아내 방에서 외부 공간이 다 연결되어 있어서 휴가 갈 생각을 안 해요. 얼마 전에도 남편이 호텔로 휴가 가자고 했는데 싫다고 했어요. 두 마디 대화로 끝났죠.

“호텔방은 좁고 답답하잖아. 스위트룸도 아니고. 하하.”

남편 우리 집이 보기보단 실제 크기가 작아요. 아래층이 25평, 위층이 10여 평 남짓이에요. 그래도 집 안에서 필요로 하는 역할은 다 있답니다. 너무 작지도 않고, 작다 싶으면 공간을 많이 비운 거죠. 살펴보면 눈높이에 오는 게 없어요. 둘러보면 다 창밖이 보이게 해둔 것도 요령이죠.

건축가 이 집에서는 특히 가구가 건축공간의 핸디캡을 극복하는 데 굉장한 역할을 했죠.

아내 모두 직접 디자인해서 주문제작했어요. 인터넷에서 판매하는 저렴한 가구들은 너무 약해서요. 아이들 침대 밑에 들어가 있는 서랍에는 바퀴가 달려 있어요. 빼면 그 자체로 서 있죠. 무너지거나 기우는 게 없어요. 침대로 안 쓰고 다른 용도로 쓸 수도 있답니다. 아이들 책상도 파티션을 중간에 세웠어요. 대학 가고 나서는 파티션을 치우고 넓게 쓸 수 있게끔요.

기자 가구들이 간편하다는 느낌이 들어요. 덩치가 느껴지지 않네요.

아내 가구가 예뻐서 샀지만 우리 집에 갖다 놓으니까 안 어울린다고 얘기하는 분들이 많은데, 그건 공간 정리가 안 되어 있기 때문이에요.

 

 

모퉁이집의 멋스러운 외관이 가능했던 이유는 건물 곳곳에 분포된 허파처럼 숨을 쉬는 발코니들 덕분이다. 건축주는 대부분 이런 공간을 채우고 싶어하고 건축가는 비어두고 싶어하는데, 모퉁이집 건축주는 후자를 택했다. 채우는 것이 득보다 실이 더 많은 선택이라는 점을 경험치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상가주택 지은 계기로
다른 집 원룸
관리도 시작하다

 

이제 부부에게 고정적인 수익을 안겨주는 1층 상가와 2~3층 원룸에 관한 이야기로 넘어가보자. 임대세대를 계획한 이야기에 다다르자 부부는 더욱 열의를 보인다. 부부는 ‘자식의 방을 만드는 마음으로’ 임대세대를 계획했다고 말한다. 작은 규모지만 쾌적하게 꾸민 원룸에는 부부의 윤리의식과 직업의식이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다.

현재 부부는 ‘메종K’라는 이름을 내걸고 임대주택관리업을 겸하고 있다. 이 집을 지으면서 새롭게 시작한 일이다. 월세 주택이 늘어나면서 최근 임대주택관리업체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는 만큼, 임대주택 관리는 새로운 블루오션이다. 부부는 상가주택을 지으면서 블루오션 일자리까지 추가로 얻게 된 셈이다.

 

남편 ‘메종K’는 소규모로 집 짓고 임대하는 집주인이 겪는 소소한 관리 문제를 속 시원히 해결해주는 게 목표예요. 현재 관리하는 원룸이 총 60개인데, 지난 3년간 공실이 하나도 없었어요. 우리 것 10개, 홍대 36개, 강서 11개, 이렇게 되거든요. 우리가 관리를 시작하면서 실내 리모델링만 살짝 했는데, 기존 입주자들이 굉장히 좋아해요.

아내 요즘 이 일대에 원룸 공급이 늘어서 공실이 많다고 하는데, 우리 집은 예외예요. 블로그에 대기자도 있답니다. 기존 입주자가 이사 갈 때 자기 친구에게 물려주고 가기도 해요. 동생이 와서 살기도 하고 심지어는 사촌간이 앞뒤로 살아요.

기자 집은 자기가 살아보고 편해야 권해주는 건데, 이렇게 재차 선택받는 비결이 뭔가요?

아내 방 하나라도 혼자 사는 사람의 로망이 담긴 집으로 꾸미는 게 답인 것 같아요. 사는 사람이 자부심을 갖게요. 작아도 이런 집에서 살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말이죠.

또, 우리 집이 주변 시세에 비해 비싸지 않으면서 마감 수준도 괜찮아요. 주인집과 임대세대 마감재가 똑같거든요. 방이 작아도 우리 작은애 방에서 느끼는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어요. 필요한 가구도 다 갖춰졌고요. 침대, 선반장, 수납장 다 있죠. 흰색으로 통일해서 들어가면 딱 정돈된 느낌이 있어요.

기자 2~3층 복도에 들어갔을 때 쾌적하더군요. 채광도 좋고요.

건축가 보통 원룸 건물은 복도 끝을 막아버리죠. 복도를 막으면 침침하고 환기도 어려워져서 저의 원칙은 어떤 경우에도 통로는 절대 막지 않는 겁니다. 이 집에서는 복도 끝에 긴 테라스를 달아서 숨통을 텄어요.

아내 관리하기 좋으라고 짓는 건물이지, 살라고 짓는 건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건물들이 있어요. 방에 빛도 안 들어오고 복도가 깜깜하고 냄새나는 이런 집에서 어떻게 살죠? 건강한 젊은이도 그런 환경에서 지속적으로 살면 우울하게 되죠. 이제 집 짓고 임대하는 분들도 윤리의식과 직업의식이 있어야 합니다.

 

기자 대부분 건축주가 수익률을 높이고 면적을 확보하려다가 놓치는 부분이네요.

아내 건축주들의 착각이에요. 작더라도 좋은 공간을 만들면 수익률이 높아지는 게 임대사업의 이치죠. 무조건 넓은 방을 많이 뽑는다고 좋은 게 아니에요. 어떤 집은 방이 10개인데 6개씩 공실이 생기는 집도 있어요. 무슨 소용이 있나요?

건축주가 그 정도 생각밖에 없으면 시설은 두말하면 잔소리죠. 내 돈만 소중한 게 아니에요. 젊은이들 입장에서 월세 몇 십만 원은 엄청 큰돈인데, 그걸 받으려면 그 이상으로 해줘야겠다는 생각으로 집을 지어야 합니다.

남편 메종K는 임대관리를 맡을 때 기준이 있어요.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 갈등상황이 발생하거나 정산할 때 문제가 발생하면 사회적 강자인 집주인이 양보한다는 조항을 두었어요. 그 정도 양보할 마음이 생기는 건물주여야 관리를 맡겠다고 당당히 말합니다. 그 정도 마인드가 되어야 시설에 투자도 하고 집 보수도 하죠. 등 하나도 안 갈아주려는 건축주가 너무 많아요. 나중에 이사할 때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서 몇 천 원씩 다 제하고 주고요. 그렇게 한다고 더 잘사는 것도 아니거든요.

기자 건물 관리에 신경 쓸 일도 많을 것 같은데요.

남편 건축할 때 건물 관리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서 적용해야 해요. 우리 집은 보일러를 계단실 한 곳으로 모아서 관리 및 고장 수리·교체가 쉽게 만들었어요. 각 실마다 보일러실이 차지하는 공간을 덜어내니 입주자 입장에서 더 넓고 쾌적한 공간을 누릴 수 있어서 좋지요.

아내 집 지을 때 나중에 유지보수가 쉬운 자재를 고르는 것도 방법인 것 같아요.

 

 

주거와 사무실
모두 해결하고도,
월 700만원 임대수익

 

상가주택임에도 불구하고 단독주택 못지않은 생활공간을 누리면서, 3년간 단 한 번의 공실조차 허락하지 않을 정도로 인기 있는 원룸을 운영하며, 상가와 지하 사무실에서까지 임대료를 꼬박꼬박 받고 있는 모퉁이집 부부.

이제 수입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얘기할 차례다. 총액부터 물어보고, 각론으로 들어간다.

 

기자 매달 이 집을 통해 나오는 수입이 얼마나 되나요?

아내 한 달에 월세 700만원이 들어와요. 이밖에도 보이지 않는 수입이 있어요. 우리가 이 건물에서 살고 일하니까, 나가야 할 지출이 안 나가면서 남는 돈이 되는 거죠. 우선 우리 부부가 운영하는 사무실 임차료와 보증금이 안 나가고, 살림집도 여기서 해결하잖아요. 만약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살림집의 층을 분리해서 임대하고, 사무실도 안 쓰고 임대한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임대수익이 나겠죠.

기자 그러니까, 원룸 10개와 상가 3곳, 사무실 1곳에서 나오는 임대료 월 총액이 700만원이라는 거군요. 사실 요즘 많은 분들이 이런 집에 살면서 매달 나오는 월세 부분을 가장 부러워해요.

남편 솔직히 임대관리가 만만한 일은 아니에요.

아내 아무것도 안하고 월세 받는다고 생각하면 오산이에요. 그런 생각으로 하다 보면 경쟁력이 떨어지고, 임차인들도 외면하는 집이 되거든요. 저희는 서비스업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기에 불만과 요청을 웬만하면 수용해주자는 입장이에요. 사무실 같은 경우도 우리가 처음 사무실을 창업해서 사업할 때 어려웠으니까, 잘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임대했어요. 주변 임대 시세가 오른다고 거기 가서 어떻게 월세를 올려달라고 하겠어요. 사정을 뻔히 아니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공실 안 나고 계속 유지가 되면 굳이 임대료를 올릴 필요가 없다고요. 남들 올린다고 나도 올리는 건 욕심이 과한 거라고요. 건물주만 좋아서는 안 되는 게 상가주택이에요.

기자 기존에 살던 집을 건축했기 때문에 건축비용을 마련하는 데 부담이 크진 않았을 듯한데, 어땠나요?

아내 땅값이 들지 않으니까 한결 낫죠. 건축비는 총 6억이 들었어요. 임대보증금과 갖고 있던 현금으로 대부분 해결했죠.

건축가 기존에 살던 구옥 1층에도 상가가 있었는데, 땅값을 제외하고 3% 수익률이 나왔어요. 그런데 모퉁이집을 신축했을 때 수익률을 분석해보니까 13%가 넘었어요. 결국 기존 구옥에서는 상가 임대료를 받아서 나라에 토지세만 겨우 내고 있는 실정이었던 거죠.

아내 상품 구성을 정말 잘했어요. 지하 사무실도 2개로 나누고, 1층 상가도 3개로 쪼갰어요. 망원동은 큰 규모는 잘 안 나가요. 그래서 최대한 작게, 혼자 와서 장사할 수 있고 임대료도 적게 낼 수 있도록 계획한 거죠. 원룸도 크면 비싸니까 작게 해서 싼 게 낫다고 생각했어요. 우리 원룸은 월세 50만원짜리가 3개이고, 나머지는 다 40만원이에요. 사용자 입장에서 집구하려고 했을 때 이 동네에서 이 정도 수준이면 이 가격에 살 수 있다는 마음이 들어야 해요.

남편 우리집이 위치가 좋아요. 마포구청역이 도보로 5분 거리인데, 평지라 걷기도 좋아요. 재래시장이 있어서 물가도 싸고요. 재미도 있어요. 우리 동네에는 음악 하는 사람도 많고 구석구석 젊은 화가의 작업실도 숨어 있어요. 홍대까진 못 나가고 이 동네에서 생활하는 사람이 많거든요. 동네에 더 이상 아파트 안 들어서고 이 정도 규모로 살았으면 좋겠어요. 이제는 건물주들이 땅 팔고 나가는 게 손해라는 걸 알아요. 그래서 어떻게든 자기네가 해보려고 해요. 우리가 집 지으면서 같은 골목에 건축이 많이 일어났죠. 집 짓고 나서 동네 사람들에게 고맙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코너에 깨끗한 건물이 들어서니 동네가 살았다, 보기 좋다고요.

 

 

집, 어찌됐건
한번은
지어보는 게 낫다

 

수익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어쩌면 상가주택의 수익성은 수치만으로 계산되는 게 아닌 듯싶다. 주거와 임대공간이 공존하는 상가주택은 특히 그렇다. 내 삶의 공간과 연관성이 없는 오피스텔 한 채를 구매해서 임대한다면 수익률이 똑 떨어지게 계산될 수도 있겠지만.

상가주택은 자가주택이기도 한 만큼 주거 만족도가 얼마나 높은가에 따라 수익성에 대한 체감온도가 확확 달라진다. 같은 임대수익을 거두어도 더 높은 만족도를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마지막으로 상가주택을 지어본 경험 속에서 느낀 허심탄회한 소회들을 나눠보았다. 망원동 모퉁이집 부부가 던지는 말 속에는 중요한 멘트들이 숨어 있다.

아내 집 짓는 건 여건만 되면 조그만 집이라도 지어보는 게 낫다고 생각해요. 용기가 좀 필요한 일이긴 하지만. 주인만 부지런하면 단층집, 이층집 정도는 지을 수 있어요. 하지만 5층집 짓는 건 좀 복잡해서 전문가 도움이 꼭 필요해요.

건축가 집짓기 모임에 오는 분들 중에는 집 짓고 10년 늙었다고 하는 분이 많아요. 설계 자체도 안 좋았고, 시공은 힘들었고, 입주하니 맘에 안 들고, 사는 내내 스트레스 겪고 있다고요.

 

 

아내 저도 요즘 짓는 집들 보면 엄청 스트레스 받아요. 마인크래프트 게임에 나오는 완전 3D 정육면체의 조합 같지 않아요? 저 금액 안에서도 더 예쁘게 할 수 있는데 안타깝죠.

건축가 그런 건물들은 법적 설계만 한 거예요. 그 정도는 30분에서 1시간 정도 하면 설계가 나와요. 외장도 건축가가 정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아요. ‘지정벽돌’이라고 적어놓으면 시공사가 몇 가지 벽돌을 들고 와서 보여주고 현장에서 건축주가 하나 고르는 식이죠.

기자 그런 집도 싸게 지은 줄 알고 물어보면 별 차이가 안 나더군요.

아내 처음엔 싸게 시작했다가 나중에 정산하면서 올라가는 거죠.

남편 도면이 말 그대로 항해도잖아요. 좌표를 정확히 지적해줘야죠. 몇 시간 만에 나오는 평면은 돌발변수가 너무 많아요. 그러니까 당연히 장기간 공사하면서 금액이 추가되는 거죠.

기자 마지막으로 이런 상가주택을 짓고 싶어하는 분들에게 조언 한마디 해주세요.

아내 집 지을 때 준비기간을 많이 가지세요. 시작은 조금 늦게 해도 돼요. 대신 설계나 조사기간을 충분히 갖고 설계도면도 건축가와 많이 상담해서 충분히 준비한 다음 시공하세요. 보통은 거꾸로 시공부터 시작해 놓고 세부 논의에 들어가는데, 이렇게 하다 보면 중간에 뜯어고치느라 기간이 길어지고 건물이 산으로 가요. 비용도 더 들어가고요.

남편 그리고 소양 있는 좋은 설계자를 선택하세요. 과거 지었던 집 보면 알 수 있어요. 싸면서 좋은 건 없어요. 좋은 건 그만큼 비용을 낼 마음이 되어 있어야 해요. 설계비 너무 아끼지 마세요. 적정 설계비 주고 공사비 아낄 수 있는 방향으로 설계하는 게 현명하다고 강조하고 싶어요.

아내 서울에 혹시 자기 집이 있는 분들은 꼭 지으세요. 팔지 말고요. 이도저도 아니면, 리모델링해서 사세요. 그러다 나중에 여건이 좋아지면 그때 건축해도 늦지 않아요. 땅을 팔고 또 땅을 사서 집 짓는 건 너무 큰돈이 들어요. 꼭 자기가 갖고 있는 단독주택을 포기하지 말라고 당부하고 싶어요.

남편 마지막으로, 집을 지을 때 꼭 예비비가 있어야 해요. 빌라 짓는 것처럼 대출을 가득 받으면 힘들 수 있어요. 집짓기는 돌발변수가 많아요. 우리도 1억 이상 현금으로 조달해야 할 일이 공사 중에 생겼었죠. 여유자금이 준비됐을 때 집을 지어야 원하는 집을 지을 수 있어요. 그런 준비 안 하고 어떻게 되겠지 하고 시작하면 집이 주인을 집어삼키게 된답니다.

아내 집 지으려면 내가 어떻게 살 것인가 플랜 짜고 거기에 맞춰서 지으면 되는 거 같아요. 그 플랜은 건축가가 해줄 수 없는 거고. 내가 10년, 2...